증도 중동리교회 성지순례후기

관리자.
201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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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 : 여수 애양원

사실 이번 성지순례는 나에게 세 번째 국내 성지순례였다. 한번은 청년부 시절 겨울수련회로 왔었고, 두 번째는 아굴라 브리스길라 성공공부를 마치고 성지순례를 여름에 다녀왔었다. 봄에 국내 성지 순례를 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수 애양원은 국내 성지순례 때마다 방문하는 그야말로 성지순례의 핵심코스이다. 그래서인지 공산주의에 물들은 자에게 두 아들을 잃었지만 오히려 감사의 기도를 드리시고 살인자를 자기의 양자로 삼았다는 이야기를 익히 알고 있었고, 나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성자의 반열에 있으신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성지순례에서는 하나님께서 또 다른 은혜를 예비하셔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설명해 주시는 분께서 손양원 목사님의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이야기해 주셨는데, 두 아들을 잃고 정신을 잃고 혼절한 손양원 목사님을 부흥강사로 오셨던 목사님께서 정신을 차리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자식을 잃은 부모로서 슬퍼하고 정신을 잃는 모습에서 더 이상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성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저 우리네와 비슷한 평범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점이 오히려 나에게는 많은 감동이 되었다. 평범한 보통 사람인 손양원 목사님이 두 아들을 죽인 원수를 하나님의 사랑으로 양자로 삼고 공산군의 고문에도 굴하지 않는 성자로 거듭나셨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지극히 작은 자를 써서 큰 일을 이루시는 분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기념관 안에서 손양원 목사님의 막내 아드님을 뵈었다. 그 전에는 손양원 목사님의 일대기를 설명을 하셨었는데, 손양원 목사님의 험담을 많이 해서 순례객들이 싫어했다고 하셨다. 남들에게는 거룩한 성자이지만 유복자로 태어난 손양원 목사님의 막내아들 입장에서는 얼굴도 한번 보지 못했던 무책임한 가장이라고 생각하셨을 것 같다. 손양원 목사님의 순교로 인하여 가족들이 힘들어 했던 모습을 고스란히 겪으셨을 막내 아드님의 입장이 이해가 간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 조차도 우리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평범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손양원 목사님의 무덤과 기념탑을 돌아보면서, 평범한 인간으로 오셔서 우리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예수님의 모습으로 살다 가신 손양원 목사님을 묵상하는 계기가 되어서 많은 은혜를 받았다.

2일차 : 소록도

애양원과는 반대로 소록도는 이번에 처음으로 순례를 했던 곳이다. 소록도를 연결하는 다리가 생겨서 예전보다 쉽게 소록도를 방문할 수 있었다. 소록도의 첫인상은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깨끗한 섬마을의 모습이었다. 다리가 생기기 전까지 외지인의 방문이 쉽지 않았고, 한센병환자가 모여 있는 섬이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작은 섬에 교회가 5개가 있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 교회에 들어서니 소록도에서 평생을 사신 장로님이 계셨다. 장로님은 어렸을 적에 한센병이 발병해서 소록도에 들어와서 평생을 사셨다고 한다. 처음 장로님과 악수를 하였을 때 한센병 후유증으로 인해 손이 약간 변형되어 있음을 느꼈다. 장로님은 한센병이 완치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염려가 내 마음에 생기는 것을 느꼈다. 지금은 한센병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졌지만, 그 옛날에는 얼마나 많은 편견에 시달리며 고통 속에서 사셨을까 생각해 보았다. 일제 강점기에 소록도에서 평생을 갖혀 사셨던 분들은 세 번 죽는다고 말씀하셨다. 첫 번째는 한센병에 걸려서 소록도에 들어올 때 한번 죽고, 두 번째는 고통속에서 살다가 돌아가셔서 또 한번 죽고, 돌아가신 후에도 해부를 당해서 세 번째로 죽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옛날 고난 중에서도 오로지 하나님을 의지하며 이겨내셨던 소록도 주민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에 비해 나는 얼마나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항상 불평을 하며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였는지 많이 회개를 하였다. 한센병에 걸리셨던 분들이 대부분은 완치가 되셨고, 일부 완치가 되지 않으신 분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계신다고 한다. 대부분이 70세 이상의 고령이신데 이 분들이 다 돌아가시고 나면 관광지로 개발한다고 들었다. 소록도 기념관이 섬 한가운데에 있기는 하지만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이분들이 받으셨던 고통과 믿음으로 고난을 이겨냈던 정신까지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소록도에서 항상 기뻐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체감할 수 있었다. 언젠가 다시 소록도를 방문하게 되면 먼저 손내밀어 장로님의 손을 잡아드리고 싶다.